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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2년도_입선_[아메리카사]_박구병교수

  • 유남경
  • 2013-07-23
  • 13384

 

사학과_허은미

 

 

내 꿈은 남미 페루에 위치한 고대 잉카 문명의 유적지 마추픽추에 서 보는 것이다. 마추픽추의 장관을 보고 느꼈던 그 설레임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외에도 지형 곳곳이 살아있는 역사인 남아메리카 지역을 탐방하는 것은 죽기 전에 꼭 해 봐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마침 이번에 처음으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서 다루는 전공 강의가 개설되었다고 하여 부푼 마음으로 아메리카사를 수강 신청하였다.

그동안의 서양사 수업은 유럽과 북미로 편중된 수업이었다. 평소에 수업을 열심히 듣는 편이 아닌데 이번 수업은 늘 앞자리에 앉아 꼼꼼하게 필기하며 열심히 들었다. 박구병 교수님의 수업은 늘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주관이 뚜렷하지 못하고 늘 갈등을 피해 중립을 고수하는 나에게는 어쩜 버거울 정도로 말이다. 어떤 부분은 늘 통념처럼 맞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던 부분인데도 짚어주시며 아차 싶게 만든다. 수업 목표에서처럼 미국을 하나의 예외적인 모델이나 신화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적 실체로 이해하려는 접근 방식을 통해 미국 옹호론자들의 시선과 비판적인 시선을 통해 고민거리를 남겨주셨다. 예를 들면 미국의 자유에 대해 언급하셨던 부분이 그러하다. 미국을 흔히 기회의 나라, 자유의 나라라고 칭하지만 음란물이 표현의 자유인지 논쟁이 되었던 부분을 언급해주시면서(다른 학우의 발표를 통해) 미국인들이 정치적 판단을 떠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하셨고, 토크빌이 바라본 1830년도의 아메리카를 통해 당시의 언론자유가 제한된 자유, 즉 주류장벽의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해주셨다.

교수님의 강의 방식은 늘 학생들과 소통하려 하신다. 근래에 들어서 소통의 중요성이 다양한 곳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전부터 교수님께서는 항상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시고 강의에 잘 따라오고 있는지 혹은 이견이 있는지를 매 시간 소통을 통해 확인하셨다. 인문학부의 사학 전공 수업이라 전공 관련 학생들에게는 물론이고 소소하게 있는 타 학부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셨다. 가령수업에 경영학부 학우가 있었는데, 필요할 때에는 경영학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는지와 경영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다양한 방면에서 수업에 접근하도록 유도하셨다. 교수님께서 이렇게 학우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괴로웠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토론 수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알기 어려웠고 일방적으로 수용만 하는 수업이 될 줄 알았는데 질문을 통해서 여타 의견들을 흡수할 수 있었고 박식한 학우들이 많아 은근한 경쟁심으로 학구열을 불 태우기에도 좋았다.

 

 

아메리카사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방대한 자료이다. 매 시간 수업 직전까지 올라오는 강의노트와 그림 자료, 원서 자료, 노래 자료에 각종 지도까지 강의노트 내용을 100이라고 치면 참고자료까지 모두 탐독한다면 이백프로의 지식을 얻어갈 수 있다.

 

 

교수님께서는 원서를 번역하시어 강의노트로 쓰시곤 하셨는데 이 자료들은 우리가 정말 번역하여 찾아보지 않는 이상 접하기 힘들었던 자료들을 접할 수 있었고(특히 라틴 아메리카사 자체에 대한 국내 자료가 협소하기 때문에) 원서도 직접 해석하게 하시는 등(이 원서 해석은 임의로 시키셨기 때문에 우리는 2주 정도 애를 먹었다.) 영어에 대한 필요성과 유학 당시의 에피소드 등으로 수업이 지루할 틈을 없게 해주셨다. 영어뿐만이 아니라 스페인어에도 능숙하셔서인지 틈틈이 스페인어로 된 글귀와 지명이름 빈번하게 나오는 관사 등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는 등 수업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늑대와 함께 춤을, 오즈의 마법사 등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주셔서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들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셨다.

 

강의 후반부에 라틴 아메리카의 포퓰리즘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우리가 규정하고 있는 포퓰리즘과 당시의 그것은 조금 다른데, 요즘의 그것이 인기영합주의적인 의미를 띄고 있노라면 당시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포퓰리즘은 공황 등의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노동자에게 적극적인 후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학술적 논의 대상으로서의 포퓰리즘과 집단적 정치 논리에 의해 오염되고 덧칠된 포퓰리즘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며 한국의 언론을 비판하기도 하셨고 마침 시기가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우리에게 상당한 고민을 던져주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방학이 한 달 정도 진행된 지금 교수님의 아메리카사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지만 항상 수업 시간동안의 교수님의 열정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허를 찌르는 퀴즈 문제 덕분에 친구들과 밤새 지도와 인물을 외우며 서로를 라틴 아메리카의 독립운동가의 이름으로 부르는 등의 추억도 모두 이 아메리카사 덕분에 생긴 것 같다. 이 강의가 앞으로 계속 개설될지는 모르겠지만 후배 혹은 아직 수강하지 않은 동기들에게도 꼭 추천 해주고 싶다.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서 페루에 가겠다는 내 꿈은 더욱 더 확고 해졌고 페루 뿐만이 아니라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남단까지 꼭 구석 구석 살펴보고 오겠노라고 다짐하였다. 슬프고도 정열적인 라틴 아메리카의 발자취를 열정적인 박구병 교수님을 통해서 느끼고 싶다면 꼭 들어 보라!

 

 

덧붙이자면 부끄럽지만 공부를 진짜로 못하는 띨띨한 내가 교수님 수업 A0 받았다.

이게 다 교수님의 열정 덕분이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사랑해요!